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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꿀고구마 수확철 시작: 호박·밤·꿀고구마 품종별 맛 차이 총정리

by 재미난모음 2026. 9. 22.

9월 해남에서 갓 캔 꿀고구마를 받아 구웠는데 꿀은커녕 퍽퍽한 밤고구마 맛이 났다면, 그 고구마는 잘못 온 게 아니라 아직 덜 익은 상태입니다. 같은 해남 고구마라도 퍽퍽함과 촉촉함을 가르는 건 품종, 그리고 수확 뒤 얼마나 숙성됐느냐 두 가지입니다.

이 글은 그 한 상자에서 출발합니다. 꿀·호박·밤고구마가 왜 다르게 익는지, 9월 햇고구마를 어떻게 다뤄야 제맛이 나는지를 짧게 짚습니다. 세 품종의 당도·수분 비교표와 큐어링부터 조리까지의 전체 절차는 해남 꿀고구마 가이드 본편에 따로 정리해 두었으니, 여기서는 핵심만 다룹니다.

9월 햇꿀고구마가 밤고구마처럼 느껴지는 이유

꿀고구마로 불리는 대표 품종은 도입종 베니하루카와 국내 육성 품종 소담미입니다. 이 품종의 육질은 분질도 점질도 아닌 '중간질'로 분류됩니다. 그래서 수확 직후에는 밤고구마처럼 포슬포슬하다가, 보관과 숙성을 거치면서 수분이 늘어나 호박고구마 같은 점질로 바뀝니다.

이름이 약속하는 맛은 숙성 뒤에 온다

우리가 '꿀고구마'라는 이름에서 기대하는 흐르는 듯한 단맛은 수확 시점의 특성이 아니라 저장 기간에 만들어지는 결과입니다. 9월 초에 캔 고구마를 그날 받아 바로 구우면 아직 그 변화가 시작되지 않은 셈입니다. 첫 상자에서 실망했다면 품종을 의심하기보다 며칠 더 두고 다시 구워 보는 편이 맞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해남 꿀고구마 수확철에 '지금 당장 촉촉한 꿀고구마'를 기대하는 건 시기와 맞지 않습니다. 햇고구마는 햇고구마대로 담백한 맛이 있고, 꿀맛은 조금 뒤에 따라옵니다.

세 품종은 이름만 다른 게 아니라 전분 구조가 다르다

해남고구마는 2008년 2월 1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지리적표시 농산물 제42호로 등록된 산지 이름입니다. 그 안에서 재배되는 품종은 크게 밤·호박·꿀 세 계열로 나뉘고, 각각 전분과 수분의 비율이 다릅니다. 이 차이가 곧 식감 차이입니다.

밤고구마: 전분 20% 이상의 분질

진율미, 신율미, 율미 같은 품종이 밤고구마 계열입니다. 전분 함량이 20% 이상으로 높고 수분이 적어 가열하면 조직이 단단하게 으깨지는 식감이 됩니다. 속살은 옅은 노란색이나 미색이고, 맛은 담백한 쪽입니다. 목이 메는 그 느낌은 결함이 아니라 품종 특성입니다.

호박고구마: 전분 20% 이하의 점질

호풍미, 풍원미, 안노베니가 호박고구마 계열입니다. 전분이 20% 이하로 낮고 수분과 당분이 많아 익히면 속살이 짙은 주황빛을 띠며 물기 있게 부드러워집니다. 숙성 없이도 처음부터 촉촉한 쪽이라, 꿀고구마와 자주 헷갈리지만 출발점이 다릅니다.

숙성이 실제로 하는 일

수확 뒤 저장 기간 동안 고구마 안에서는 베타아밀라아제라는 효소가 전분을 맥아당으로 분해합니다. 이 과정이 진행될수록 가열했을 때 단맛이 올라가고, 중간질인 꿀고구마는 이 변화가 특히 두드러집니다. 시간이 고구마를 달게 만드는 셈입니다.

산지에서 먼저 거치는 큐어링

해남 산지에서는 수확 직후 온도 30~33℃, 습도 90~95% 조건에서 상처를 아물게 하는 큐어링(아물이) 처리를 합니다. 캘 때 생긴 흠집으로 병원균이 들어오는 걸 막는 유통 전 단계입니다. 우리가 받는 상자는 보통 이 과정을 지난 상태이고, 그다음 단계인 후숙은 집에서 이어집니다.

집에서 할 일은 12~15℃ 안팎의 상온 그늘에 두는 것뿐입니다. 냉장고는 저온 피해가 생기므로 넣지 않습니다. 세부 온도 관리와 기간별 변화는 본편에 있으니 여기서는 '냉장 금지, 서늘한 그늘'만 기억하면 됩니다.

지금 9월에 사면 어떤 품종을 만나게 될까

품종별로 수확 시기가 어긋나 있습니다. 조기 출하용 밤고구마는 정식 후 100~120일인 7월 말~8월에 먼저 나오고, 꿀고구마는 정식 후 110~130일인 9월부터 본격 수확에 들어갑니다. 호박고구마는 약 130일 이후인 9월 말~10월이 본격 시기입니다.

그러니 지금 시점에 '해남 햇고구마'라고 나오는 상자는 꿀고구마이거나 막 나오기 시작한 호박고구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로 해남군 직영 쇼핑몰 해남미소의 2026년산 판매가는 비세척 꿀밤고구마 3kg 10,600원, 세척 호박고구마 3kg 9,100원, 비세척 밤고구마 3kg 13,400원입니다. 가격보다 먼저 볼 건 어떤 식감을 원하느냐입니다.

원하는 식감에서 거꾸로 고르기

  • 지금 바로 구워 촉촉하게 먹고 싶다면 호박고구마
  • 담백하고 포슬한 맛을 좋아한다면 밤고구마
  • 몇 주 두고 단맛이 오르는 걸 기다릴 수 있다면 꿀고구마

이 정도 기준만 세워도 상자를 열었을 때의 실망은 크게 줄어듭니다. 해남은 600여 농가가 1,964ha에서 연간 약 3만 4,000톤(2025년 기준)을 내는 산지라 품종 선택폭이 넓은 편입니다.

결국 '해남 고구마인데 왜 퍽퍽하냐'는 질문의 답은 산지가 아니라 품종과 시간에 있습니다. 밤고구마는 원래 퍽퍽한 게 맞고, 꿀고구마는 아직 시간이 덜 지난 것이며, 호박고구마는 처음부터 촉촉한 쪽입니다. 이 세 가지만 구분해도 수확철 고구마를 훨씬 편하게 고를 수 있습니다.

품종별 당도와 수분 수치, 큐어링과 후숙의 단계별 절차, 조리법별 차이까지 한꺼번에 보고 싶다면 해남 꿀고구마 가이드 본편으로 이어서 읽으면 됩니다. 이 글은 첫 상자를 열었을 때의 의문 하나를 푸는 데까지만 다뤘습니다.

관련 정본: 고구마 품종별 맛 차이